세신사 소영은 홀로 키우는 여덟 살 손녀 로라의 연극 공연을 앞두고, 손녀의 바람대로 '젊은 엄마'의 모습을 갖추려 애쓴다. 그러나 돈으로 젊음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소영. 박박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주름과 흰머리는 그녀가 짊어진 세월의 숙명이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상아에게 노화는 정복해야 할 '질병'일 뿐이다. 젊은 여의사를 향한 열등감, 자신의 앞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남학생들, 그리고 포기할 건 포기하라는 엄마의 냉소까지. 상아에게 나이듦은 곧 존재의 소멸과 같은 공포다. 그러나 정작 그녀를 바라보는 소영의 눈에 비친 상아는, 그 자체로 눈부시게 젊고 아름다운 생의 한복판에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상아가 소영의 목욕탕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세신대 위에서 재회한다. 갑작스러운 정전과 함께 찾아온 어둠 속에서 억눌렸던 감정들은 폭발하고, 이들의 충돌은 로라의 연극 장면과 교차된다. 죽지 못해 영원히 늙어가는 티토노스의 비극과 무한히 젊음을 반복하는 해파리의 생애.
"내 시작에 내 끝이 있고, 내 끝에 내 시작이 있다." 로라의 독백이 울려 퍼지는 순간, 과거(로라)와 현재(상아), 그리고 미래(소영)로 분절되었던 세 여자의 시간은 비로소 경계를 허물고 어디로부터도 아니며 어디를 향해서도 아닌, 거대한 순환의 바다로 흐르기 시작한다.